아버지와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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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남산병원 (14.♡.86.60) 조회조회 263회 작성일 23-06-13 11:52본문
다른 이들은 ‘고생스럽겠다’, ‘수고가 많다’ 걱정해주시지만 전 괜찮습니다.
몸은 사실 좀 피곤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삶의 군더더기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사랑만 남은 아버지와 새롭게 만나고 있으니까요.
'말 가는데 소도 간다' 자라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은 말입니다.
B형 간염을 평생 앓아오신 아버지와 연년생 동생 앞에서 저는 항상 맏이어야 했습니다.
강하게 키워 세상을 잘 달리는 말이 되길,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이 길로만 가길 바라시는 아버지의 채찍질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명절 때 친척집에 갈 때면 아버지께서 꼭 부르시던 '고향열차'
저 노래를 안 들어도 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다리며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제 나이 스물여덟,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어버지의 나이가 되고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생 한 바퀴를 같이 사는 사람으로 바라보니
아버지는 참 자애롭고 인자한 분이십니다.
훅~ 불어온 바람에 힘도 빠지신 우리 아버지는 본인이 아픈게 그저 미안한 가 봅니다.
"빨리 나아야지" 하시는 말에서 미안함이 뚝 뚝 떨어집니다.
힘은 좀 없어도 편안하 아버지가 저는 정말 정말 좋습니다.
못 걸으면 제가 휠체어 밀고, 차 운전 못하면 제가 하면 되니 걱정 마세요.
대신 소변은 꿋꿋이 스스로 보시구요^^
오래 오래 사셔서 '고향열차' 지겨워 미칠 때까지 불러주세요. 사랑합니다^^